표지에 적힌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문구. 표지의 그 문구는 20대의 성공담을 담은 에세이들에 열광하고 있던 나에게, 새 자기개발서를 발견했다는 묘한 흥분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었다. 그 사실에 묘한 흥분감

 

은 금새 사그라들었고, 나는 500페이지나 되는 긴 책을 다 읽어나갈 자신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책은 책장이 넘겨질 수록 나를 흥분시켰다. 작가는 마치 타고난 소설가 같았다. 흔히 볼수 있는 현학적인 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박학다식한 면모를 가지고서 완벽하게 주인공의 인생을 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요새 내가 강박처럼 사로잡혀있는 "꿈과 성공"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30년정도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꿈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명확한 해답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누구나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는 "탈출"이라는 것이 꿈의 성취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시말해, "내가 니 나이때는 말이야." 또는 "내가 당신이라면 더 나을 수 있어."와 같은, 충고를 가장한 어른들의 푸념들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님을 깨닫게 해줬다.


가족이라는 의무에 사로잡혀 꿈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벤. 두 번째 삶에서 그는 꿈을 옭아메던 그 의무에서 벗어날수 있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삶에서 벤은 그토록 바라던 사진사로서의 성공가도를 열 기회를 잡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엔 신분의 은닉을 위해 성공을 하면 안된다는 의무에 사로잡히고 만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탈출하고 나니, 꿈에서 탈출해야만 현실에서 살아남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의무는 저버릴 것이 아니라, 꿈을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우리가 안고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designeer shy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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