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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_박웅현

2012.07.03 18:21 |

 

 

다독, 다작, 다상량. 중학교 문학시간에 외워 아직까지도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말이다. 책을 많이 읽고, 매일 일기를 쓰고, 건전한 생각을 많이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가르침은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절대적인 믿음이었으며 당연한 의무와도 같았다. 하지만 점점 더 머리가 크면서 입시와 취업이라는 현실에 취해 내가 읽던 고전은 문제집과 전공서적으로, 매일 쓰던 일기장은 자기소개서와 연습장으로 대체돼 갔다. 이 점은 나와 같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터울아래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취업과 입시에만 열을 올리기를 강요 받고 있다. 인문학은 이제 추상적이며 어렵고 귀찮은 것, 다시 말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듯, 정신을 무시한 채 물질과 실존만을 존중하는 사회는 개성이 없으며 결코 구성원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 우리는 다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다독, 다작, 다상량 하는 삶을 가져보는 것이 어떠냐고. 인문학에 바로 답이 있다고. 저자는 『책은 도끼다』에서 여러 고전들과 시집을 추천한다.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되는 각각의 책들이 삶의 이정표라면, 그것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연애, 직업, 학업 전반에 걸친 삶의 큰 스펙트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의 곳곳에서 자신의 상황과 삶에 맞는 화두를 찾아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연말 선물로 지인들에게 같은 책을 보낸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책은 나에게 훌륭한 인문학 입문서가 되는 동시에, 건전한 풍요로움이 어떤 것인지 꿈꿀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은 인문학을 통해 각자 삶의 화두를 발견하고, 행복에 이르는 건전한 자세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렇다면 내 삶의 화두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transportation으로 바라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책과 인문학을 통해 자동차로서 내 삶을 성숙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고,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고 싶었다. 나는 공학도이면서 디자이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설명할 때 Designer Engineer의 합성어인 Designeer라는 단어를 말한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내게 과학과 예술은 크게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과학과 예술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맥락에 따라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과와 기계공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도, 두 가지 분야의 합일점을 쉽게 찾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과학과 예술이 융합하는 문제란 바로 물질과 영혼이 공존하는 문제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물질과 영혼이 융합한 가장 신비로운 대상인 인간과 자연. 바로 그 곳에 답이 있었다. 인문학은 바로 이러한 인간과 자연을 글로서 설명하는 학문 분야다. 앞서 밝힌 저자의 권유, “인문학에 답이 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이지 않았을까?.

성서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자신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 보기에 좋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간 또한 자신을 자신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사람들은 그런 제품을 보고 보기에 좋다고 말한다. 보기에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술뿐만이 아니라 그것에 담길 인간적 멋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최고가 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책에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와 같은 인용구가 등장한다.

메타포란 위험한 것임을 몰랐다. 메타포를 가지고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메타포가 하나만 있어도 생겨날 수 있다. 연민, 안쓰러움, 동정이 단 하나만 있어도 사랑은 시작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순수의 영역을 침범해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변해간다.

나는 이 구절을 보고 훌륭한 자동차란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연민. 그것이 개발자, 소비자 그리고 자동차 잡지 기자들이 자동차를 사랑하게 만드는 최고의 메타포가 된다. 밀란 쿤데라는 말한다. 연민, 즉 동경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연민과 동정심은 불행, 행복, 환희, 고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이렇게 감정이입이 가능한 차는 사람이 자동차를 보기에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그 사람에게 자동차를 구매하는 행위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의 모티프 중 하나인 그래야만 한다.”로써 밖에 설명될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문학은 단순히 고전이나 일상의 영역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까지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나는 아직 앞서 언급한 내 삶-과학과 예술이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정확한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만남으로서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게 됐다. 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답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인문학은 공학과 디자인의 가장 끈끈한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해에는 다독, 다작, 다상량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삶을 살자. 인문학을 통해 내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경건하게 답을 찾아가는 삶을 살자. 고은과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포카혼타스에서 발견 할 수 있는 발견을 통한 행복을 위해, 내 안테나의 촉을 지속적으로 예민하게 만드는 삶을 살자.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한다.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듯, 모처럼 이 책을 다이모스의 인턴 면접장에서 집게 된 사실에 행복해 지는 것 같다.

신성수

 

Posted by designeer shy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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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502.jasonjordans.com/uggboots.php BlogIcon ugg boots 2013.07.13 01: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나는 너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