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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3 스티브 잡스 자서전_월터 아이작슨 (1)

 

 

자신의 본 모습을 기억해 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존경하는 마음속 영웅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고인이 된 잡스의 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스티브 잡스라는 IT계의 영웅덕분에 이전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혁신의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있게 됐다. 지구상의 수많은 애플의 추종자들은 그를 마음속 영웅으로 꼽는다. 그의 죽음에 전 지구인이 헌사를 바쳤고, 상실감을 느꼈다. 그가 존중받아 마땅함은 인정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천재라고 떠받들면서도, 실은 그를 혁신을 찍어내는 기계로 보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좀 더 살아서 아름답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뜻에서 애도를 표할 뿐, 그가 혁신 기계이기 이전에, 수술을 거부하고 병마에 싸우며 죽어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무의식중에 묵과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자서전을 적극적으로 읽길 권한다. 전기 스티브 잡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그가 남긴 제품들의 완벽성과는 상반된 그의 인생은 지극히 흠이 많고 인간적이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같았다. 그의 인생과 그가 남긴 혁신적인 제품들은 공통적으로 단순성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혹은 기능은 형태를 따라간다.”의 믿음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과학의 교차점에 혁신이 있다는 것을 믿었고, 그것을 증명한 역사 속 인물들(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의 계보를 이었다는 점에서 나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그의 너무나도 강력한 인성을 공학과 예술의 경계에 잘 버무릴 줄 아는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게 그의 전기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 영웅 중 한 명의 인생을 망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서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앞서, 내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내 본질로의 시간여행을 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최근까지 나는 디자이너건 엔지니어건 간에 승자의 위치에 서기 위한 정답은 바로 인문학이라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어 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본질이 융합에 있길 바래왔고, 잡스의 본질은 융합에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잡스는 훌륭한 인물 그 이상의 영웅이었다.

나는 위인전이나 자서전을 읽을 때, 보통의 경우 먼저 이 사람이 훌륭한지 아닌지를 나름대로 판단하고서, 전자라면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이 되는 것을 피할지, 후자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 수 있을지 양자 모두의 교훈을 챙기려 한다. 하지만 잡스의 경우, 책을 덮었을 때, 나는 교훈을 발견할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이전까지 훌륭한 글귀나 인생을 살펴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번뜩임이나,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는 기분 모두 다 아니었다. 분명히 스티브 잡스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그와 같은 삶을 살려고 발버둥 치거나, 이리도 괴팍한 그를 내 인생의 영웅으로 삼는 행동은 진정 정신 나간 짓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자신의 전기집필을 부탁한 것이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작슨은 책의 대부분에서 잡스의 삶을 나와 같은 "잡스에 비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제정신을 가지고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필터의 역할을 했다. 그는 서문에서부터 잡스에 대해 라쇼몽 효과를 갖는 이들을 경계하며 책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하려 애쓴 점이 드러난다. 비록 말미에 이르러 자신 또한 어느 정도 잡스의 현실 왜곡장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것은 잡스의 매력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다. 책은 그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인용 기사와 인터뷰의 출처가 실려 있어 흡사 논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9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학기 중의 짧은 기간 동안에 두 번이나 읽었던 과정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서평이라 함은 먼저, 그 작가와 동질성을 느낄 정도로 책에 공감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고, 그것이 갖추어 졌을 때, 나만의 해석을 통해 저자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두 번 읽은 과정은 이러한 서평의 첫 단추를 꿰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앞서 밝혔듯이 저자는 결말에 이르러 그 자신마저도 어느 정도 잡스의 현실 왜곡장에 말려들고 마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는 그를 에디슨과 포드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할 것이다. 그 덕분에 애플은 수십 년 후에도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가장 번영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가 책의 끝에서 드러낸 주관의 본질은 잡스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 나는 첫 번째로 책을 다 읽었을 때, 잡스의 인생이 표면적으로는 비정상적이라 생각했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잡스처럼 현실을 왜곡하면 그것이 추진제가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현실 자체에 일격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책을 다 읽었을 때, 나 또한 라쇼몽 효과에 중독된 잡스 신봉자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통해 나만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책에서 배운 잡스의 방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우하우스의 형태는 기능을 따라간다.”가 아닌, “기능은 형태를 따라간다.”라는 잡스식의 원칙이 창조 행위의 과정에서 그 본질의 탐구의 중요성을 역설했듯,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그의 집필의 본질, 즉 잡스의 원칙에 빨려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나는 요새 유행어처럼 불리는 앱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매일 아이폰으로 조깅을 관리하고, 맥북 에어로 발표 자료를 만들고, 애플의 공식 행사 기조연설을 아이패드로 실시간 시청하는 식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애플의 제품을 쓰면서 항상 모종의 경외감 또는 동질감을 느낀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CEO이자 창업자이며,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도 잘 알려진 래리 엘리슨은 이렇게 말한다. “스티브는 첨단 기술 업계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조해 낸 유일한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포르쉐, 페라리, 프리우스 같은 자동차를 갖고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모는 차가 나를 말해 준다.’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애플 제품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끼지요.” 그리고 나 또한 그러했다. 그는 첨단 기술 업계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조해 낸 유일한 인물이었다. 내가 애플 제품을 쓰면서 느끼는 경외감이나 동질감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제품들의 무결성과 완벽성이, 예술가적인 잡스의 기질과 완벽에의 강박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선을 갈구했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선도, 기업의 이윤도 아닌, “제품그 자체에 대한 맹신을 고수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의 전기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그의 제품에서 느낄 수 있게 됐다.

 

그의 삶은 그의 제품처럼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슬로건을 따른다. 전기에 드러난 그의 모습은 혁신을 이룬 예술가라기 보단,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지니고, 뚜렷한 주관과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아 괴팍하고 악마와 같은 모습을 보였으며, 현실을 주관적으로 왜곡해 상상대로의 자기세계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인생은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채로, “하면 된다.”라는 것을 밀어붙여 증명해 낸 과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단순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과 그의 제품에서 드러난 단순성은 미니멀라이즘이나 잡다한 것의 삭제라는 정도로는 평 할 수 없었다. 잡스는 진정으로 단순하기 위해서 매우 깊이 파고들어야 함을 알았고,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함을 잘 보여줬다. 그가 제품 디자인의 완벽성과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에 대한 본질, 제조 방법들 간의 연결에 가히 광적인 집착을 보인 점, 그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잡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제대로 집중 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집중하기 위해 아픔을 감수하고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가족들을 외면함으로서 픽사와 애플을 성공적인 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그를 혁신을 찍어내는 기계”, “괴팍한 IT영웅따위로 단순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런 그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LSD, 인간관계, 가족관계, 롤 모델, 선불교, 폴라로이드사의 잡지 등 많은 것들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이었다. 그는 복잡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함으로서 얻는 단순성을 추구한 결과 아름다운 제품들과 아이패드에 이르는 IT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혁신을 멈추는 것을 경계했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을 꾀하기 위해 현실을 밀어붙였다. 췌장암 선고에도 수술을 기피한 잡스의 행적에서 그런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

컴퓨터는 새 시대의 LSD와 같다. 더 이상 환각 상태에 들어가 신성에 파장을 맞추고 속세를 벗어나라.’가 아닌, ‘켜고 부팅하여 교감하라.’가 된다.”

-Steve P. Jobs-

이 시대의 LSD는 뭘까? 그리고 내 인생의 LSD는 뭘까? “과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은 각자가 서로에게 발전의 실마리를 안겨준다.”라는 것이 내 믿음이다. 하지만 소위 내 인생의 LSD가 인문학이라고 하기엔 다소 추상적이어서 1%부족한 느낌이다. 과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이 가장 잘 버무려져 있는 예술품, 그것은 바로 자동차다. 최고 수준의 과학과 거의 모든 양식의 예술사조가 반영될 수 있을 만큼의 디자인적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가 훌륭한 인성과 인문학을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변모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반문화와 기술의 교차점 한가운데서 그것들을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을 지향했던 잡스의 정신을 자동차에 쏟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내가 왜 그토록 포르쉐에 열광해 왔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기분이 든다.

 

 

 

 

Posted by designeer shy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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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6699ccgenevois.com/clfrance.php BlogIcon christian louboutin 2013.07.17 06: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구